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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BC에서 상도를 드라마로 상영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데,난이 작품이 나온지 10년이 되어갈 때쯤 읽게된 것이다. 요즘 들어서 부쩍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서 일까? 예전과는 다르게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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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나름 감명깊게 읽었던 구절들을 적어보았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상의도(商道)를 깨달은 거상 임상옥이 마지막에 자신의 사업 동반자였던 박종일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알려주면서 한 이야기. 자신이 일생을 쌓아온 재물을 모두 나누어주고, 사랑했던 인연을 끊고, 마지막에는 도를 깨우친 그의 모습은 참 대단했다. 대단했다는 말 이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상도(商道) 제 1조 :
가짜의 물건으로 남을 속이면 그처럼 벌을 받아 언젠가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뜻이다. 상업을 할 때는 남을 속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의주 상인의 철칙.
무릇 상인은 자신이 파는 물건을 속여서는 아니된다. 하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는 한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이익을 탐하려는 나머지, 자신을 속이고 고객을 속이는 비양심적인 상인들이 너무나 많다. '4대강 살리기'라는 말도 안되는 사업으로 자기와 자기 휘하의 집단에게 이익을 챙겨주려는 큰백성의 나라의 수장도 이 글을 읽고서 자신의 과오를 깨우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먹거리에 대해서 제조년월일을 속이고 사용해서는 안되는 재료들을 사용하는 이들도 상도 제 1 조를 보고서 깨달아갔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끊없을 듯한 욕구도 결국은 유한하며 악착같이 모으려는 재물도 결국은 죽어서는 짊어지고 갈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양심껏 살았으면 좋겠다.
장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이다. 인사야말로 최고의 예인 것이다. 공자왈, '군자는 먼저 신임을 얻은 후에 사람을 부린다. 만약 신임을 얻기 전에 사람을 부리려 하면 사람들은 자기들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상사도 이와 같다. 신임을 얻는 것이 장사의 첫 번째 비결이다.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사로서 예를 갖추어야 한다.
사뭇 장사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그 시작과 끝은 인사라고 생각한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상대를 보면 내 마음도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으며, 상대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서게 되면 상대의 마음도 열릴 것이다.
작은 장사는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큰 장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따라서 신용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자산인 것이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 '사람낳고 돈낳지, 돈낳고 사람났냐?'라는 말이 있다. 점점 배금주의에 빠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일갈을 하는 외침일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신용불능의 사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위하지 못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에게 내밀어진 도움의 손길을 두려워하며 할퀴는 고양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무릇 재화(財貨)란 멀리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것이며, 성공 또한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곁에 있는 것이다.
행복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너무 멀리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생이사(二生二死) : 둘이 살고 둘이 죽는다.
즉, 장사란 이익을 보기 위해 상대방을 죽이고 나 혼자만 살아 남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어차피 상업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래이므로 나도 살고 상대방도 함꼐 사는 길이 바로 정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어도 함께 죽고 살아도 함께 사는 '이생이사'의 경영철학이야 말로 임상옥의 상업철학이었던 것이다.
상도 매우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10여년 전에 나온 작품인데 말야....
천하의 명기는 그 그릇의 모양새나 빛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명기가 담는 내용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천하의 명작이나 예술 또한 그 아름다움과 표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와 그림이 그 아름다움을 통해 무엇을 담고 있는가 하는 내용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겉멋에만 너무 치중한 남으지 자신의 내면을 가꾸는 것에 소홀해지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와 행동거지, 가치관 들인데, 대중 매체들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가시적인 외모, 재산 에만 정신을 팔려가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 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와 주변의 사람들이 그 향기에 취해 그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만, 모두가 똑같은 자극적인 향기들을 뿌리며 현란한 몸치장으로 유혹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나라는 그릇을 한껏 키우고 내 안에 많은 것들을 담고서 나만의 향기를 만들어 사람들을 유혹해보련다.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 이를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 부른다. 유좌지기란 마음을 적당히 가지라는 뜻을 새기기 위해 늘 곁에 두고 교훈을 삼는 그릇을 말함인데 이 그릇에 대해서 말한 사람은 공자였다.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게 물이 차면 바로 서있고, 가득 차면 엎질러지는 그릇.
'적당히' 라는 말은 지극히 상대적이면서 측정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이를 중용(中庸)이라고도 하고 불교에서는 중도(中道) 라고도 한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양쪽을 균형잡으면서 걸어가는 길을 말한다. 중용과 중도, 모두 어느 것에 집착하려는 어떠한 일변도 모두 버려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가득 욕심을 가지고 있다.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싶은 욕심. 그 욕심 안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상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나는 익혀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도 유좌지기, 임상옥의 계영배(戒盈杯)와 같이 항상 곁에 두고 나의 가득차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짐을 경계할 수 있는 것이 이 블로그가 되기를 바란다.
현자는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며, 강자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며, 부자는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
세상의 많은 것들에게 배움을 얻고,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이겨내고, 살아가면서 얻는 것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내가 꿈꾸는 행복이 아닐까? 세상과의 단절로 다른 이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탓하고, 만족하지 못하여 끝없이 피어오르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을 해치고 주변인들을 해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아 나는 그러지 않기를....
뉴스에 굶주린 사람들. 새로운 것, 보다 새로운 것, 보다 기발하고 보다 신기한 것, 보다 특이하고 보다 센세이셔널한 것에 굶주린 사람들. 새로운 것은 이미 접한 순간 낡아져버린다. 그리하여 또 다른 새롭고 특이하고 신기함을 추구하는 사람들
너무나 빠르게 너무나 많은 것이 너무나 순식간에 변해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내 입 안에, 내 머리 속에, 내 가슴 속에는 '빨리빨리'라는 내 자신을 재촉하는 말이 가득 차 있다.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커피잔이 나오기도 전에 자판기에 손을 넣기도 하고, 음료 자판기에서 한손으로는 음료를 꺼내고 다른 한손으로는 잔돈 반환버튼을 계속 누르면서 동전을 내뱉기를 바란다. 조금 더 빨리 가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나는 조금 더 빠르게, 새로운 것들에 미쳐 있다. 그건 아마도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 속에서 조급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내 자신의 초라한 몸부림인 것 같다.
정치가들과 재계 인사, 문화인들과 언론인들, 사회의 각 지도층 인사들은 임상옥이 남긴 '금을 쌓으며 죽음을 기다림이 어찌 그리 미련한고'의 의미와 '부질없는 이름을 위해 얼마나 이 한 몸을 그르쳤는가'의 의미를 깨닫기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어리석은 괴뢰들.
모두를 위한 삶. 그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TV와 각종 매체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아본다. 각박해진 삶에, 전과범이 국가 수장이 되고,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우며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치열한 몸싸움에 상대를 해하며, 가진 자들이 가지지 못한 자들을 업신여기고,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마져 빼앗아가려는 세상. 결국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끝없는 허영심에 빠져 '조금 더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높이'라는 욕구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습은 태양을 향해 날개짓을 하고 있는 '이카루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더 높이'라는 마음 속의 소리에 귀가 멀어 자극적인 태양의 강렬한 빛에 눈이 멀어 밀납이 녹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한 '이카루스'. 자신의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고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던 그는 결국 날개가 녹아 흩어지며 지상으로 떨어져 숨을 거둔다. 우리도 결국 그처럼 욕망에 눈이 멀어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줄 날개를 잃고 떨어져내리지 않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최근에 겪은 큰 일 속에서 나는 이 책의 이야기가 절절히 내 가슴 속에 새겨진 것 같다. 조금은 더 좌중하며 조금 더 신중하며 조금 더 철저하게 살아가야하는 것이 내 인생의 길인 듯 하다. 아직도 채워질 길이 없는, 아직도 도달할 리 없는 그 끝을 향해 끊임없이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것이 나의 길(道)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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